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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장악'한 중학생들... "서울에서 처음 있는 일"
학교혁신지원센터 조회수:85 202.171.248.2
2017-10-13 16:50:19

재래시장 '장악'한 중학생들... "서울에서 처음 있는 일"

인헌시장에서 홍보영상 만든 서울 관악중 학생들
 
 
 인헌시장에 나타난 중학생들.
 인헌시장에 나타난 중학생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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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찾아오신 내 님 어서 오세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라이라이야 어서 오세요/ 당신의 꽃이 될래요."

지난 13일 오후 1시 25분, 서울 관악구 인헌6길에 자리 잡은 인헌시장. 이 시장 초입에 있는 정육점에선 '국민' 가수 장윤정의 <꽃>이 울려 퍼졌다. 교복 입은 중학생 142명이 시장통으로 들어온다. 서울 관악중 3학년 6개 반 학생들이다.

142명의 중학생들... "떡 사세요, 고기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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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맡은 가게 어디 있느냐고, 어딨어?"
"저기네. 저기!"

2~3명이 한 조를 이룬 학생들이 50여 개의 각기 다른 가게 앞으로 간다. 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가게 UCC 홍보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다. 인헌시장에 있는 점포는 모두 54개다.

올해 '마을과 더불어 학교'란 제목의 마을결합형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이 학교가 이번엔 학생들과 함께 '인헌 재래시장 살리기' 교수-학습 활동에 나선 것이다. 오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시장 상인들이다. 마을결합형 교육과정은 관악구청, 동작교육지원청, 관악중 소속 학생과 교사, 마을활동가가 뭉쳐 만들고 관악혁신교육지구가 지원해온 교육과정이다.
 
 인헌시장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중학생들.
 인헌시장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중학생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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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생들은 과일가게에선 포도에 종이를 싸며 과일을 팔았다. 음식가게에선 무말랭이를 봉투에 나눠 담았다. 모자가게에선 '모객 행동'을 했다. 정육점에선 직접 헤드 마이크를 끼고 홍보전을 펼쳤다. 신발가게에선 신발 먼지를 털었다. 분식점에선 손님에게 돈을 받기도 했고, 떡집에선 떡을 팔았다. 두 시간에 걸쳐 이런 일을 해냈다.

"한 근에 오처너~원, 하지만 저희가 온 오늘은 세 근에 마안~워언!"

한 남학생은 능숙한 솜씨로 마이크 홍보전을 펼쳤다. 키도 컸지만 이미 변성기를 지난 듯 목소리 또한 걸걸했다.

"모자 하나 보고 가세요"

체격이 산처럼 큰 또 다른 남학생은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콧잔등이 식은땀으로 젖어있다. 이 학생은 "아직 한 개밖에 못 팔았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종이로 포도를 싸는 두 여학생을 앞에 둔 과일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다음처럼 말한다.

"종이가 포도의 머리라고 생각하세요. 얼굴만 예쁘게 나오게 하면 돼요. 사는 사람은 모르지만 과일도 팔려면 손이 많이 가야 해요."
 
 정육점 앞 중학생들1.
 정육점 앞 중학생들1.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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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육점 앞 중학생들2.
 정육점 앞 중학생들2.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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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학교 3학년 부장인 구본희 교사는 학생들에게 순대와 떡볶이를 사줬다. 구 교사는 "서울에서 이렇게 한 학년 전체 학생들이 시장에 나와 봉사와 홍보활동을 펼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면서 "땀 흘린 학생들은 당연히 배우는 것이 많을 테지만, 상인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만든 인헌시장 동영상, 인터넷 타고 세계로

이 학교 학생들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인헌시장에 대해 공부했다. 이날 시장 활동을 펼친 뒤엔 소감문을 써냈다.

그리고 유튜브에 자신이 일한 상점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동영상을 올린 뒤 이틀만인 18일 확인 결과 조회수는 100회 남짓. 하지만 한국의 재래시장을 살려보겠다는 학생들의 참뜻은 전 세계로 발랄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인헌시장 상인회의 박은미 실장은 "처음엔 생소해서 일부 상인분들이 걱정도 했지만, 막상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호응이 괜찮아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더 있다면 우리도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3시쯤,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일을 시작할 때 주눅 들었던 얼굴은 그새 펴져 있다.

"교실에 틀어박혀 시장에 대해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무척 재미있었어요."
"포도봉지를 싸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일 줄 몰랐어요."
"우리 아빠가 옷을 파시는데, 아빠가 너무 힘들게 일하는 것 같아요."

마을과 함께하려는 한 중학교의 노력은 학생들 마음속에 '꽃씨'를 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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